그토록 힘들었던 올여름
참으로 많은 사연들이 지나갔다.
청소일을 하다 보면
어느새 등줄기뿐만 아니라
온몸에 비 오듯 쏟아진 내 땀으로 목욕을 한다.
종소리가 울린다.
아이들 휴식을 알리는 시작 종소리.
나도 잠시 한쪽 모퉁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
이리저리 요리조리
왔다 갔다 하는 아이들을 멍~ 하니 쳐다본다.
나도 이젠 늙었나 보다. ㅠ.ㅠ
절친인 듯 팔짱 끼고 다니는 여학생 둘,
지나가는 옆 친구 머리를 갑자기 잡아당기고
도망가는 남학생,
그리고
그 남학생을 쫓아 가는 다른 남학생.
교무실 앞에서
어떤 남학생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.
아마도 선생님한테 야단을 듣는 모양이다.
복도 중간에 정수기가 놓여 있다.
아이고.... 욕 나온다.
정수기 물
손으로 받아서 뿌리는 남학생 녀석.
물 맞은 남학생
정수기 물 입으로 받아 그 남학생 얼굴에 뿌리고.
진짜... 욕 나온다.
또 다른 남학생
어디선가 플라스틱 물병을 하나 갖고 나온다.
일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을 감지한 나는
일어서서 아이들에게 다가간다.
애들아~~~
하기도 전에 수업 시작종 이 울린다.
아이들은 제 각각 교실로 발걸음을 향하고
나는 멍~ 하니 바닥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 쉰다.
아.....
좀 전에 바닥 청소 다 해놓았는데....... 젓 됐다.
다시 마른걸레로 바닥을 닦았다.
하고 싶지 않았지만
혹시라도 아이들이 넘어져 다치게 되면
....... 머리 아프다. 대략 난감!!!
1층부터 5층까지 밀고 닦고,
드디어 내 휴식 시간이다.
냉장고에 살짝 얼려둔 냉커피 한잔을
벌컥벌컥 들이키고
자리에 벌러덩 드러누웠다.
에잇....
팬티를 벗어야 하는 건지...
브레이지어를 벗어야 하는 건지....
땀을 비 오듯 쏟아
팬티는 고무줄 주변이 가려워 긁었더니
붉게 부풀어 올랐고,
브레이지어 또한 땀 때문에
주변이 모두 붉게 부풀어 올라
가려워 죽는 줄 알았다.
점심 식사 후 다시 청소를 해야 해서
속옷을 홀딱 벗고 일할 수도 없었다. ㅠㅠ
그 이후....
상상 불가이다.....
드디어 퇴근 시간이다.
룰루랄라~~
쉰 난다.
아..... 시원하다.
살랑살랑
시원하게 바람이 분다.
역시 바닷가 바람이라 시원하다.
이미 젖어 있던 속옷의 찝찝한 느낌은 온데간데없고
살랑살랑 불어대는 바람의 느낌만이 피부에 와닿는다.
역시
퇴근 후 집으로 가는 발걸음은 왜 이렇게 가볍던지...
한풀 꺾인 더위가 가져다주는
선물에게 나도 웃음을 전한다.
오늘은 바람 불어 좋은 날.
오늘도 행복한 하루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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